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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미디어 흑역사–달의 대발견, 언론이 꾸며낸 인류 최초의 가짜뉴스

by rafaella 2025. 8. 24.

달에 사람이 산다는 기사를 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금의 우리는 비웃을지 모르지만, 19세기 사람들은 실제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열광했습니다. 1835년 8월 25일, 미국의 한 신문은 인류 최초의 가짜뉴스, 이른바 달의 대발견(The Great Moon Hoax)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기사 속 달에는 숲과 강이 흐르고, 박쥐 날개를 단 인간형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묘사되었고, 독자들은 경이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드러난 진실은 모든 기대를 무너뜨렸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언론이 얼마나 쉽게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동시에 인류가 처음으로 가짜뉴스와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1835년의 그 거짓말은 언론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고, 오늘날의 가짜뉴스와도 겹쳐 보이는 날카로운 경고장이 되었습니다.

8월 25일 미디어 흑역사–달의 대발견, 언론이 꾸며낸 인류 최초의 가짜뉴스

언론의 흑역사, 1835년 뉴욕 선지 이야기

'달의 대발견' 사건은 1835년 8월 25일부터 6회에 걸쳐 미국 뉴욕 선(The Sun) 신문에 연재된 일련의 기사입니다. 당시 신문은 "달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기사는 영국의 유명 천문학자 존 허셜 경이 남아프리카에서 거대한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여 얻은 놀라운 발견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달 표면에 숲이 있고, 강이 흐르며, 거대한 동물과 독특한 식물이 살고 있다는 묘사는 독자들에게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심지어 기사는 "박쥐 날개를 가진 인류와 유사한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독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 황당한 보도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때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19세기 초반은 신문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던 '페니 프레스(Penny Press)' 시대였습니다. 신문의 가격이 1센트로 저렴해지면서 대중들이 쉽게 신문을 접하게 되었고,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필요했습니다. 뉴욕 선지는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과학적 발견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을 이용한 것입니다. 영국 천문학자의 이름을 빌려와 사실 확인이 어려운 내용을 기사화했고, 이는 언론 경쟁에서 뉴욕 선지를 단연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카페, 거리, 학교에서 달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흥분했고, 신문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대중을 열광시킨 '환상'과 '진실'의 괴리

당시 뉴욕 선지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독자들을 현혹했습니다.

  • 달의 풍요로운 생태계: "달 표면에 숲과 바다가 존재하며, 지구의 그것과 유사한 자연환경이 있다."
  • 거대한 동물과 식물: "달의 숲에는 일각고래와 유사한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고, 다양한 형태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장 놀라운 것은 박쥐 날개를 단 인간형 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이 기사를 통해 마치 한 편의 환상적인 소설을 읽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뉴욕 선지의 기사가 단순한 허구임이 밝혀지면서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선지는 "단순한 풍자였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법적 책임을 피했고, 오히려 신문사의 명성은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금세 다른 뉴스에 몰두했고 이 사건은 일종의 '미디어 쇼'로 기억되었습니다.


가짜뉴스
가짜뉴스

 

확증 편향: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심리의 함정

'달의 대발견' 사건은 가짜뉴스가 왜 그토록 빠르게 퍼지는지, 그리고 대중의 심리가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는 무의식적인 인지 경향을 말합니다.

당시 대중들은 이미 과학의 놀라운 발전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뉴욕 선지의 기사는 이러한 대중의 잠재적 욕망을 정확히 꿰뚫었습니다.

  • 권위에 대한 맹신: 유명 천문학자 '허셜'의 이름을 이용해 기사의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사람들은 권위 있는 과학자의 이름에 쉽게 현혹되었습니다.
  • 대중의 호기심: "달에 생명체가 산다"는 내용은 인류의 오랜 꿈과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보를 갈망했습니다.
  • 확증 편향의 작동: 기사가 기존의 기대와 맞아떨어지자, 사람들은 진위 여부를 깊이 따지지 않고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혹시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이것은 진짜다'라는 확신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은 오늘날 SNS 시대에 더욱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뉴스만 구독하고, 가짜뉴스라도 내가 믿고 싶은 내용이면 쉽게 공유하는 행위가 바로 확증 편향의 예입니다.


가짜뉴스의 확산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와의 연결: 1835년의 경고장

1835년의 '달의 대발견'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해프닝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훨씬 더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음모론, 조작된 사진, 가짜 과학 뉴스 등은 여전히 대중을 현혹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즉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8월 25일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정보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나는 비판적으로 뉴스를 해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보는 오늘이야말로, 1835년 달의 대발견 사건이 남긴 진짜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1835년의 그 거짓말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하여 울리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 경고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